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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스테레 가는길..(35일차,2009년)

2009년 피니스테레 가는길(Camino De Finisterre ) 35일차

길의 끝에서, 여정의 끝에서. 세상의 끝에서... 

 

35일에 걸쳐 도착한 세상의 끝이라는 뭔가 큰 주제와는 달리 그 끝엔, 소소한 기념품 가판대와 작은 십자가가 놓여있었다. 

자네, 뭔가 드라마틱함을 바랬던가.. ~
결국 0에서 시작하여 다시 0로 온 것일뿐..  
과연 그 0과 그 0은 같은 0일까..

그러나, 우린 안다.. 우리 내면의 각자가 가지고 있는 static 변수(전역변수)를 통해 각 개인의 전역 영역엔 누가 뭐래도 절대로 초기화 되지 않을 많은 데이터들이 누적되어 가고있다는 것을..

사진을 재편집하는 과정에서 자문자답하며 나는 문득, 영화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이 떠올랐다. 

전역변수를 통해 나의 전역 영역엔 무수히 많은 데이터들이  시공을 초월하여 소소하게 누적 되어가고 있을것이고, 그것은 수 없이 반복되는 호출과 소멸을 통해서도 남아있을 것이다. 누가 알던 모르던 그런차원들을 넘어서..  그런 데이터를 쌓아나가는 작업은 비중을 크게하던 작게하던 멈추지 않고 계속 하리라 다시금 다짐해본다. 


본래 완벽한 마무리는 이곳에서 노을을 보는것이다. 그저 앉아서 해가 지기만을 바라보며 쉬고 있으면 된다. 간단하다.. 날씨도 좋고 구름도 좋았으니 어쩌면 최고의 일몰을 봤을 수 도 있겠다... 그리고는 완벽한 인증샷 한방으로 이 35일간의 여정을 마무리 하는것.. 

그러나, 나는 그 완벽한 마무리의 "화룡점정"을 놔둔상태에서 그냥 가벼운 인증샷 하나 찍고, 곧바로 하산 하였다.그것은 내가 배낭을 내려놓고 간편한 복장으로 올라오지 않고 그냥 그 복장 그 짐가방 그대로 이곳을 올라온것과 같은 이치다.. 왜냐하면 그 완벽한 화룡점정은 앞으로 쌓아나가기 위해 남겨놓은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천방지축 나로 돌아왔다. 


그리고 시간은 흘렀고 "산티아고 순례길"의 약발이 이제서야 발동하는지.. 얼마전부터 전역 영역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역시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것처럼 일직선 상의 흐름이 아닌 보다 복잡한 흐름으로 흘러가는것일지 모른다. 

지금 나는 사진을 재편집 하는 과정에서 이 길을 다시 걸은 것일 수 도있겠다. 

그때의 나와..